《출렁이는 어떤 빛나는 어둔-부엌과 암실 사이에서》 박영선 개인전 

《출렁이는 어떤 빛나는 어둔-부엌과 암실 사이에서》

박영선 개인전 

전시기간: 2026. 3. 27.(금)~4. 26.(일)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요즘미술, 요즘미술일층(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9길 7)

전시시간: 오후 2시~7시 

문의전화: 02-6958-5753 

▤ 요즘미술(3층) 상영시간:

 – 화~금(1회): 5시~5시 20분

 – 토~일(3회): 3시~3시 20분/ 4시~4시 20분 / 5시~5시 20분

  • 요즘미술(3층)의 전시 상영은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진행되며, 구형 할로겐 조명을 사용합니다. 전 세계적인 전쟁 상황으로 인해 해당 조명의 수급이 어려워진 관계로, 전시 기간 동안 조명을 최대한 아껴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부득이하게 상영 시간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관람객 여러분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오프닝 퍼포먼스: 2026. 3. 27.(금) 오후 5시. 요즘미술(3층)

▤ 공연: 〈x@요즘미술일층〉, 박영선+진상태

2026. 4. 10.(금) 오후 8시

2026. 4. 11.(토) 오후 7시

요즘미술일층

관람료 예매 15,000원 / 현장판매 20,000원

예매방법: 예매 종료, 현장판매는 당일 입구에서 카드 결제

▤ 작가와의 대화: 2026. 4. 25.(토) 오후 3시. 요즘미술일층, 박영선+박지수(보스토크 매거진 편집장)

▤ 협업작가 : 진상태, 이윤수

▤ 도움주신 분 : 정정화, 지그프리드 쾹프, 임원영, 강홍구, 함성호, 김학량, 권병준, 서해근, 이영호, 이인협, 이정근,  황귀영, 이윤수, 박용석, 김세빈, 루시, 오선재, 양순보

▤ 기획: 요즘미술


박영선은 자연과 생생을 따르는 동아시아의 산수적 세계관 전통, 그리고 수학적 연산과 사진적 재현기술로 세계를 구성/재구성하는 서유럽 근대성 사이 심연에서 진동하며 창작과 연구를 병행해왔다. 카메라 장치를 배제하고 사진 매체에 잠재된 물질적 유동성과 탈주체성을 비인간 행위자들의 참여에 기대어 탐색하는 암실 작업, 그리고 아날로그/디지털사진과 영상, 글, 소리, 냄새 등 여러 매체를 충돌시키며 그 사이 여백을 찾는 탈장르적 설치와 퍼포먼스를 장소특정성에 연결지어 시도하는 중이다. 그럼으로써 작가의 주체성과 개인성을 덜어내고 장소-관객-청중과 함께 물질-비물질 행위자들이 생생하는 찰나적 사건과 조우하는 어떤 (불)가능한 체험-이야기를 모색한다. 중고 올림푸스팬 하프 사이즈 카메라로 만든 짝틀사진들을 발표하며 미술계에 데뷔하여 6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몇몇 기획전과 공연에 참여했다. 사진 미디어와 카메라 장치를 둘러싼 문화 현상, 그리고 사진과 카메라를 창작 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의 예술실천에 관한 평문과 논문 들을 썼다. 


작가 머리말
바깥의 집에서 바깥의 집에게

홍성에서 여러 해 살다가 작년 이맘때 서울 변두리 동네에서 살기 시작했다. 세든 집은 1970년대에 지은 단독주택의 2층. 40년간 거의 보수를 하지 않고 방치된, 그러나 여전히 어떤 가난한 사람들이 세들어 살아온 집이다. 어떤 것도 완벽히 봉합되거나 매끄럽게 마감된 것이 없고 대부분 틈이 벌어져 흔들리고 덜컹거렸다. 그 틈으로 다종다양한 벌레들이 기어나오고 베란다에는 벌들의 오래된 집이 윙윙대며 매달려 있었다. 나무 천장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못들이 떨어져 내렸다. 단열과 방음, 동선의 편리함과 기능성을 높여 철저한 ‘안’의 공간으로 기획된 아파트식 주거지에 어느새 나는 길들여져 있었다. 이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개념적으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폐허에 던져진 느낌이었고, 죽음의 공포까지 불러일으켰다. 어느날 나는 새 공책 표지에 ‘바깥의 집’이라는 표제를 썼다.

이번 전시는 지난 한해 동안 안과 바깥이 혼재하고 교차하는 이 낡은 집에서의 생존(을 위한) 생활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느낀다. 옆집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창문을 닫은 집 안 책장에서 골라내어 틀던 음악들이 아닌 만물 만사의 우렁차고 미묘한 소리가 이 집에서는 창문을 굳이 열지 않아도 들린다. 벽과 창틀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빗물바람햇빛의 운동을 응시하고 그 속에서 공벌레거미개미들과 함께 그들처럼 움직거리고 꿈틀거리며 내 몸과 마음에도 어떤 틈들이 열리고 새로운 느낌들이 닿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일년은 이 희귀한 바깥의집에 나의 생존과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안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침내 해를 넘긴 뒤에야 부엌 입구에 암실을 꾸릴 수 있었고, 이전 암실 작업과는 다른 느낌과 태도로 사물들을 바라보고 작과 업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 준비는, 지금 거기에 담겨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여기 이 바깥의 집에서 생활하며 내게로 건너온 만물만사의 소리들 가락들 내 몸에 번지는 느낌들 떠오르는 생각들이 전시장이라는 곳에 작품이라는 명목으로 어떻게 이행되고 변주될 수 있을까를 자문하며 시작했다. 프로젝트 방식의 작업, 그리고 그 작업 과정을 완결하는 결과물로서의 완성도 높은 작품 게시 등, 창조적 주체로서의 개인이 여전히 강조되는 개인전 형식 등 늘 어색해하면서도 나 역시 받아들여온 미술계에 미만한 예술창작발표 프로그램으로부터 비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개인전이라는 명목임에도 함께하고 공감하는 작가와의 공동전이기도 하고 전시이면서 공연이기도 하고 생활이기도 한 그런 유동하는 모양이기를 바라면서. 부엌과암실과요즘미술일층과요즘미술삼층을 오가며 전시라는 것이 여러 물과 사가 생생하며 그 소리가 명멸하는 때와의 만남일 수 있길 바라면서. 전시장의 어떤 곳을 채우다가 다시 비우다가 다시 바꾸다가… 그러며 움직여왔다. 이 운동이 한 달의 전시 동안에도 지속되기를 바라며 진행형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굳은살 박힌 내 몸의 느낌을 일깨우고 큰 가르침을 준 (잠시 내가 깃든) 바깥의 집, 이 희귀한 집의 느낌을 받아들여주며 나를 비롯한 모든 청중과 관객, 참여자들의 안에 또 다른 바깥을 펼쳐줄 요즘미술일층과 요즘미술이라는 장소에 경의를 표한다.

2026.3. 27 아침 박영선


〈흙물빛바람―루시와 선재가 유기농법으로 길러서 보내준 채소다발〉2026, 105×134.4cm, 포토그램+피그먼트프린트

몇 년간 홍성에 살면서 인연을 맺은 친구 루시와 선재는 지금도 자신들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고 정성스레 가꾼 채소들을 보내준다. 택배 상자를 열고 포장을 풀면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게 가지런히 챙겨 얹은 가지각색의 채소들을 보면서 받는 느낌은 형언하기 어렵다. 너무 풍성해 그 모두를 인화지 위에 얹을 순 없지만, 그들의 선물에 대한 고마움과 채소들의 아름다움과 감탄스러운 향기로움, 루시와 선재의 흙물 든 손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몇 포기를 나눠 암실로 가져가서 포토그램을 만들었다. 드럼 스캔과 디지털 프린트 등 후처리 과정을 거쳐 하나의 대형사진을 만들었다. 〈흙물빛바람〉 연작은 루시와 선재가 보내준 채소에서 받은 느낌과 요즘미술 전시를 계기로 시작한 새 연작이다.

〈흙물빛바람―구멍들〉2026, 각105×134.4cm, 딥틱, 포토그램+피그먼트프린트

돌아가신 어머니가 김장 김치 눌러놓을 때 쓰라고 20여 년 전에 물려주신 둥글고 아름다운 차돌, 여러 산과 들판을 산책하며 들고 온 느낌 닿는 돌멩이들, 부서져가는 낙엽들열매들, 부엌에서 말라가는 삶은 고구마와 요즘미술 마켓에서 이윤수 작가에게 15,000원에 구매한 작품 〈I am eating〉의 설치물로 사용되었던 사과 등을 암실 인화지에 올려두고 성냥불과 손전등을 써서 만들었다.

〈폐허에서―One or two very hungry caterpillar(s)〉2026, 60x160cmx2, 12개의 포토그램+피그먼트프린트, 비닐 포장재

암실 책상에 흘러내리는 인화액들을 흡수할 누런 종이를 신창시장에서 사왔다. 종이들을 팽팽하게 감싼 두껍고 기다란 비닐을 힘겹게 뜯어내는 동안 어떤 느낌이 떠올랐다. 암실로 들어가 인화지 위에 벌레처럼 뜯긴 기다란 비닐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포토그램에서는, 확대기를 통해 빛을 계량한다 해도 현상-정지-정착 과정을 거치고 암실의 불을 켤 때까지는 거기에 담긴 형상을 예측할 수 없다. 불을 켜고 정착된 인화지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본 그 입 같기도 하고 절단된 내장 같기도 하고 벌레 같기도 한 괴물의 형상을 발견하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하나의 뜯긴 비닐 포장지로 만들어진 하나인지 둘인지 확인(언)하기 어려운 형상(들)을 담은 포토그램 12장을 6장씩 나누어 요즘미술일층의 전시장 내부 벽과 유리창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붙였다. 제목은 3층 작은 방에서 상영되는 협업작품 제목 〈I am eating〉에 비스듬히 반응하는 뜻을 담아 영어로 표기했다. 2022년부터 지속 중인,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들을 암실로 들여와 작업하는 포토그램 연작 〈투명한 것들의 나날〉에 속한다.

〈투명한 것들의 나날―열 개의 낡은 창문을 열기 위한 손잡이들〉2026, 네폭사진, 153.5x488cm, 포토그램+피그먼트프린트

이사 온 집 오래된 갈색 나무틀에 끼워진 간유리 창들은 거의 열리지 않거나 안간힘을 써야 조금 열 수 있었다. 창문틀에 손잡이를 달아보기로 했다. 신창시장에 가서 희고 검은 알미늄 손잡이들을 사왔다. 플라스틱 포장을 뜯는데 언제나처럼 어떤 느낌, 생각들이 떠올랐다. 암실에서 손잡이 포장재를 모두 겹쳐 포토그램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모두 네 개의 포토그램을 만들었다. 신쾌동의 힘찬 거문고산조를 들을 때마다 받던 느낌이 떠올랐다. 후처리 과정을 거쳐 네 개의 프린트를 하나의 대형사진처럼 설치했다. 포토그램 연작 〈투명한 것들의 나날〉에 속한다.

〈두 개의 사과와 한 개의 양파 변주〉2026, 가변크기, 설치, 나무액자에 넣은 34개의 포토그램, 포토그램들을 남기고 변모 중인 실제의 사과와 양파.

이윤수 작가의 〈I am eating〉에 설치되었던 사과 한 알과 부엌에 둔 유기농 사과 한 알을 나란히 부엌 책상에 올려두었다. 작품의 일부였던 탓일까 먹을 생각이 나지 않았고, 먹으려고 샀던 유기농 사과조차도 먹을 마음이 나질 않아 서늘한 곳에 모셔놓고 여러 달 동안 날마다 문득문득 바라보았다. 하나는 갓 딴 사과인양 싱싱함을 유지하고 하나는 쪼글거리며 말라갔다. 이 사과 둘을 지켜보다가 ‘변주’의 형식으로 포토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져서 시작하게 되었다. 예측가능한 결과를 위해 표준화된 광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인 확대기 타이머에 굳이 의존하지 않고 작업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냥불과 손전등 빛 등 보다 직접적이고 무모하고 덜 통제되고 덜 균질화된 성격의 빛으로 사물들을 비춰보게 되었다. 이 빛들은 빛의 양과 세기, 방향, 시간 등을 거의 통제할 수 없거나 한다고 해도 균질적일 수가 없다. 사과 변주 작업을 일단락하고 마지막에 냉장고에 있는 장아찌용 조그만 양파를 가져와 인화지에 올려 두 개의 포토그램을 만들었다. 작업 후 양파를 암실에 둔 채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암실 구석에서 푸른 싹을 틔우며 누워 있는 양파를 발견했다. 요즘미술일층 오른쪽 창문 옆에 걸린 바로 그 양파의 포토그램 옆 창가에 가져다 놓았다. 그 두 개의 사과도 왼쪽 창가에 올려두었다. 농익고 물러가는 사과에서 깊은 향기가 난다.

오프닝 퍼포먼스

처음에는 개인전이라는 명목과 관습에 맞게 혼자서 하려 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협업작가와 함께 하는 것이 이 전시의 뜻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포먼스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서로 조정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폐허에서―돌과사과〉2026, 가변크기, 4대의 슬라이드 프로젝터, 흑백/컬러 네가필름, 사과, 돌

슬라이드 프로젝션과 슬라이드 이미지들에 담긴 실제 사물로 이뤄지는 설치작이다. 2022년부터 시작한 슬라이드 프로젝터와 다른 매체들을 결합하는 설치퍼포먼스 연작 〈폐허에서〉에 속한다. 일층의 〈두 개의 사과와 한 개의 양파 변주〉에 나오는 사과 두 개, 어머니가 남겨주신 둥근 돌을 비롯해 오래 부엌과 책상, 창틀 한켠에 두고 보아오던 돌들, 이사 와서 초안산 산책에서 만난 돌들의 흑백과 컬러 네가 이미지로 구성되는 슬라이드 쇼와 실제 사과와 돌로 이뤄진다. 전시 기간 중 공지된 공연 외에도 몇 번의 퍼포먼스가 슬라이드 프로젝션과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부엌과 암실〉

3층 전시장의 방 하나를 실제 암실로 만들고, 부엌에 있던 돌과 사과(슬라이드 프로젝터들을 통해 그 네가티브 이미지가 명멸하는)들을 비롯한 여러 사물을 번갈아 인화지 위에 얹어 하루 또는 며칠 동안 둔다. 암실 바깥의 슬라이드 프로젝터들이 작동할 때 흘러들어오는 빛으로 노광된 인화지를, 전시시간 시작 전이나 후에 현상정착해서 암실 한쪽 벽에 붙여나간다. 밀폐된 어둠으로 봉인된 전형적인 안의 공간인 암실을 작업 수행 장소이자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설치 장소로 포개본다. 그 포개진 주름으로부터 안의 바깥, 바깥의 안의 느낌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협업작가 소개: 진상태 Jin Sangtae

사물/공간의 흥미를 음악/음향적 경험에 녹여 유·무형의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다. 오랜 시간 연주해 온 발음체인 하드디스크와 피드백, 그리고 이를 매개하는 사물 간의 관계와 청취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매일 1분씩 녹음·공개 중인 작곡 작품 <Y.ear>를 2015년부터 수행 중이며, 시각예술가 김인경과의 오디오비주얼 프로젝트 ‘중간자 Joongganja’로도 활동 중이다.

2006년 공간 ‘닻올림’을 설립하여 공연 시리즈 ‘닻올림 연주회’, 페스티벌 ‘닻올림픽’, 워크숍 ‘닻올림 협연 모임’을 이어오며 기획자이자 연주자로 참여하고 있다.

협업작가 소개: 이윤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여러가지 관계나 조건들을 평소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보는 것에 흥미가 있다. 2024년 공간 형에서 개인전 《Who do you》를 개최한 바 있다. 


주차공간이 협소하므로 차량을 이용하시는 관객께서는 도보 5분 거리의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주차장(종로구 혜화동 1-21, 10분당 800원) 또는 와룡공영주차장(서울 종로구 명륜길 26, 5분 300원) 또는 명광교회 옆 공영 주차장(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45, 1시간 3000원) 이용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