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하> Poohaha
요즘미술 기획전
전시명: 푸하하 Poohaha
참여작가: 김다겸 Kim Dakyum_기비안 KIBIAN_아자니스 찰리 Ajahnis Charley_커스틴 존슨 Kirsten Johnson_브라이언 코네프스키 Bryan Konefsky_브라이언 자니스니크 Bryan Zanisnik_즈비안 Zviane
*프레카리오 시티(Precario City)는 김다겸(Kim Dakyum), 박노완(Park Nohwan) 협업작업입니다.
전시기간: 2024. 08. 02–28(월요일 휴관)
전시시간: 13:00-19:00
작가와의 대화: 8월 24일(토) 오후 1시 모더레이터: 김정은(푸하하 기획자)
기획자: 김정은
후원: 김시원, 신종미술, 이은희, 황귀영
이 기획은 올해 2월 집 앞인데도 잘 가지 않던 도서관에서 우리말 의성어 사전을 보다가 발견한 ‘푸하하’로부터 시작되었다. 평소 SNS에서 약자로만 자주 사용하던 푸하하가 어엿하게 사전에 올라 있는 말임을 알았을 때 반가움에 눈을 빛내며 내게 큰 웃음을 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이 웃음을 일으키며 전달했던 이야기들은 재미있게 포장된 슬픔이거나 어려움 들이었다. 그런 내용을 지친다거나 지겹다는 느낌 없이 들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질문하며 유머가 있는 작품들을 모아서 소개할 궁리를 하게 되었다. 리서치 방향은 유머를 말할 때 흔히 따라붙는 풍자가 들어 있지 않은 작품을 찾는 쪽으로 흘렀다. 상대를 비웃거나 과장하며 자아내는 웃음보다 자기 형편을 꼼꼼하게 살피며 속마음을 용기 있게 드러낼 때 터지는 웃음이 더 크고 상쾌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한 심리학자가 연구한 대로 행복이 생존에 필요한 도구이고 행복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 웃음이라면 불쾌한 웃음보다 상쾌한 웃음이 지난한 과제를 풀며 사는 인생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다 같이 웃게 되는 행복한 순간들을 자주 만들어서 서로 오래 미술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전시를 오픈한다.
김정은(기획자)
김다겸 Kim Dakyum
연극적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며 작업하는 김다겸은 자신의 작품을 과잉된 감정으로 가득 찬 시나리오에 비유한다. 그런 감정들에 어울리는 매체와 재료를 선택하고 규칙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를 섞어서 필요한 요소를 꺼내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과 좀 더 가깝게 이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앎과 삶을 위해 작업한다.
<달리기 – 짐 하인스를 위하여> Running – For Jim Hines
SD 비디오, 투 채널, 02:48, 2015
최초로 100m 달리기 공식기록 10초의 벽을 넘은 육상 선수 짐 하인스(James ‘Jim’ Ray Hines)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며 든 생각과 어릴 적 달리기를 하며 든 마음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카메라의 타이머를 10초에 맞추고 셔터가 눌리는 동시에 수행자가 달린다. 달리는 수행자가 10초 안에 100 미터를 완주하지 못하면 10초를 기다린 카메라가 셔터 소리를 내며 수행자를 찍게 된다. 수행자는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 때까지 달리기를 반복한다. 영상은 출발선과 결승선 양쪽에서 달리는 수행자를 촬영한 기록이다.
김다겸 + 박노완 Kim Dakyum + Park Nohwan
<프레카리오 시티> Precario City
혼합재료로 만든 보드게임, 가변크기, 2023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을 뜻하는 프레카리아트 precariat는 프레카리오 precario와 프롤레타리아트 proletariat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이중에서 precario(이탈리아어: 불안정한)를 도시의 이름으로 정했다. 세계관과 플레이에 필요한 조건, 규칙 들을 만들어 관객과 마스터, 혹은 관객들끼리 서로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형태를 갖추었다.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돈을 벌고 차와 집도 사고 예치이자와 빚도 낼 수 있다. 그러면서 체력과 병을 얻기도 하고 마음과 성향을 조절하며 능력도 쌓아야 한다. 이 도시는 과거의 폐허 속에서 예술을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두는 세계이며, 어떻게든 예술과 관련된 무언가를 행하며 살아야 하는 생존 게임의 장이다. 2인전을 계기로 두 작가가 협업하여 만들게 되었다.
기비안 KIBIAN
역사, 문화, 지리적 은유 및 구전 전통 등 장소에 축적된 이야기 재료를 모아 자신의 이야기와 뒤섞는 작업을 한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 유무형의 인류지식이 지구 위를 순환하는 것 등에 관심이 있으며, 신체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시대와 장소 그리고 신체의 이동을 창작의 가장 큰 동력으로 삼는다. 예술과 관객이 만나는 지점에 의문을 가지고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커뮤니티 작업, 연극, 다큐멘터리, 장애 예술, 공공 참여 프로젝트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Nach em Rääge schiint d’Sunne
<나흐 엄 라긔 슈인 쭌터>
DV 6mm, 03:10, 2003
신문으로 스위스 전통의상인 트라흐트를 만들어 입고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그림 같은 마을 그슈타드 Gstaad를 배경으로 촬영하였다. 작가가 그슈타드에서 6주간 머물던 갤러리에는 매일 지역신문이 배달되었다. 스위스 말을 모르는 작가는 이 신문을 몸에 걸치고 나가 행인들에게 기사를 영어로 얘기해 달라고 하였다. 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스위스 전통의상 트라흐트를 본 날, 트라흐트와 이방인인 자신이 쇼윈도 유리에 겹쳐 비치는 걸 보며 알고 있지만 떠올리지 않는 것들, 존재하지만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영상에 흐르는 음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요들(스위스 민요)이다. 작가는 이 노래의 속도를 달리하여 15개 트랙을 만들고 뒷목 언저리에 매달린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들으면서 빠르거나 느리게 립싱크를 한다. 그로 인해 표준속도로 편집된 영상의 배경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종이 옷을 입고 노래하는 주인공은 모호한 존재가 되어 떠돈다.
아자니스 찰리 Ajahnis Charley
흑인이며 논바이너리 코미디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코미디 페스티벌인 Just For Laughs에서 코미디계 신예로 소개되었으며 코미디언을 위한 글을 쓰고 방송용 코미디 시리즈를 위해 스토리 에디터로도 활동했다. 캐나다 국립영화 위원회 The National Film Board가 제작지원한 이 작품은 찰리의 감독 데뷔작으로 인사이드 아웃, 캐리비안테일즈 같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나는 게이입니다> I Am Gay
HD 비디오, 10:00, 2020
5년 동안 외국에서 활동하던 아자니스가 코비드19로 온 세계가 극심한 공포에 빠진 시기에 격리를 위해 캐나다 오샤와에 있는 집으로 오랜만에 돌아온다. 아자니스는 집에 있는 동안 자기에 관한 진실 하나를 가족에게 밝힐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아자니스가 세 형제들을 비롯하여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에서 가족에게 바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커스틴 존슨 Kirsten Johnson
커스틴 존슨은 어느 한 쪽은 성공하겠지 생각하며 미술과 연기를 모두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대에 이미 전문 초상화가로 일했고 오필리아 역을 맡아 8시간 동안 햄릿을 공연하기도 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컬렉터가 있는 화가와 배우로서 활동을 계속하다가 미술, 퍼포먼스, 연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전부 동원하여 정체성과 개인적 탐구를 주제로 단편 영화를 여러 편 만들었다.
<나는 변화가 싫어요> I Hate Change
디지털 테이프, 18:40, 2013
커스틴 존슨의 작업실이 있는 건물이 콘도 개발업자에게 넘어갔다. 13년 동안 사용하던 작업실에서 25일 후에 퇴실해야 하는 존슨은 애니메이션과 변신, 즉흥 연기 들을 동원하여 빠른 전개 방식으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심리 상태를 기록한다. 변화에 집착하는 도시에서 미술가로 사는 문제를 돌아보며 25일 동안 구상하고 글을 쓰고 촬영하면서 25가지 슬픔의 단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브라이언 코네프스키 Bryan Konefsky
미국 뉴맥시코 앨버커키에서 살며 작업한다. 국제 실험영화 페스티벌인 Experiments in Cinem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디렉터이자 미국에 몇 개 남지 않은 1세대 소극장 영화 상영프로그램인 베이스먼트 필름 Basement Films 대표이기도 하다. 미국, 러시아, 세르비아, 스페인, 모로코, 독일, 쿠바, 아르헨티나에서 실험영화를 내용으로 한 강의와 전시를 한 바 있으며 여름마다 한국을 방문하여 동국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원하는 대로: 국내테러 대비훈련> Have It Your Way: an exercise in domestic terrorism
HD 비디오, 04:06, 2017
한 사회에서 테러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소비자와 패스트푸드 관점으로 살펴 본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에 드리운 자본주의 책략이 게릴라식 공격으로 보이는 개입에 어이없이 뒤틀린다.
브라이언 자니스니크 Bryan Zanisnik
미국 뉴저지 유니온에서 태어나 지금은 뉴욕과 캐츠킬 산맥을 오가며 살고 있다. 부조리한 요소를 넣은 비디오, 공연, 설치, 사진을 제작하여 자전적 이야기와 사회 문제를 함께 다룬다. MoMA PS1과 브루클린 뮤지엄 등 유수한 미술 공간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Art21 다큐멘터리 시리즈 뉴욕 클로즈업에 소개되었다.
<밧줄 너머> Further From Rope
SD 비디오, 02:56, 2009
겉보기에는 아버지가 실종된 아들을 찾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인 중년 남자는 연장코드를 연결한 가정용 램프를 들고 늦은 오후에 아들을 찾아 집을 나선다. 이웃들 집과 거리를 지나 캄캄한 숲속에 다다른 아버지 뒤를 집안 콘센트와 램프를 연결하는 선들이 줄지어 따른다. 이 모습은 아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진심과 맞물리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즈비안 Zviane
몬트리올 교외 도시 롱괴유에서 태어났다. 만화가이면서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음악 선생이기도 하다. 2004년 이래로 즈비안이 창작한 그래픽 노블과 만화책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퀘백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순수한 어린 시절> Sweet Childhood
HD 비디오, 03:30, 2017
이 작품에는 두 내레이터가 등장한다. 즈비안의 현재 목소리와 어릴 적 목소리이다. 어릴 적 목소리는 실제로 30년 전에 녹음되었다. 즈비안이 이사를 하려고 짐을 싸다가 우연히 발견한 오디오테이프에 이 목소리가 실려 있었다. 어른 즈비안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여 천진난만한 아이의 드로잉처럼 보이게 만든 이미지들과 어린 즈비안이 이해한 세상을 들어볼 수 있는 이야기가 결합되어 그야말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보여 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