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경 개인전: 비상시 조각을 깨시오

요즘미술 기획
서보경 개인전: 비상시 조각을 깨시오
Suh Bo Kyung Solo Exhibition: In Emergency Break Art Piec
2025년 5월 24일(토) ~ 6월 10일(화)
13:00 ~ 19:00 (휴관일 없음)

Breaking Bread: 2025년 6월 10일 화요일 오후 5시(90분)
전시의 마지막 날 조각의 일부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가집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에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선착순 20명)
행사 중 얼굴을 포함한 일부 장면은 기록 목적으로 촬영됩니다.
참가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비상시 조각을 깨시오》는 미술이 위기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물질적,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과거, 식량을 저장하는 일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문화 속에서 음식은 점차 이미지로 소비되고, 사회적 경험으로 유통되는 기호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음식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재구성하고, 그것이 생존 수단에서 사회적 상징으로 전환된 과정을 조각 시리즈를 통해 풀어낸다. 이 조각들은 언제든 먹어 치워질 수도 있고, 부패하거나 존치될 수도 있는 상태를 동시에 지닌다. 이러한 불안정한 물질성은 다가오지 않은 위기에 대비하는 잠재적 생존 장치로서의 조각을 제안한다. 소비로부터 유예된 이 사물들은 전시장 안에서 고요히 대기하며, 어느 날 삶의 긴박한 요구에 반응해 작동하기를 기다린다.
<비상 조각: 비축된 조각>
이 조각들은 식재료를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숙성하고 건조한 뒤 밀랍으로 밀봉되었다. 각각의 조각은 대량 생산 체계가 요구하는 기호에 맞게 변형된 동물의 파편화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제작 과정은 미라를 만드는 기술과 유사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고대 피라미드 속 미라가 생명에 대한 신성한 경외를 상징했다면 이 현대의 유물은 생명 인식의 모호한 순간을 유예시키며 소비의 욕구를 일시적으로 지연한다.
<비상 조각: 고지방 오브제>
과거 인류에게 동물성 지방은 생존과 치유의 필수적인 자원이었고 극한의 환경에서는 생명 그 자체였다. 칼로리 과잉 시대에 음식에서 밀려난 ‘지방’은 사회가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드러내며 가치 기준이 시대와 상황에 따라 구성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고지방 오브제’는 관객의 피부로 조금씩 흡수되는 과정에서 감각의 전환이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작품과 관객의 몸은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하며 저항 없는 수용을 가능케 한다.
<비상 조각: 완벽한 한 쌍>
이 시계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Untitled (Perfect Lovers)”에 대한 오마주로 ‘같음’과 ‘다름’, 그리고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불일치에 대해 말한다. 두 쌍의 시계는 동일한 레시피와 조건 아래 제작되었지만, 종균의 반응과 밀가루의 성질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품는다. 사용된 밀가루는 외형상 같은 재료지만, 한 쌍은 한국산 통밀가루와 중국산 통밀가루로, 다른 한 쌍은 한국산 백밀가루와 일본산 백밀가루로 제작되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인접하지만, 오랜 역사적 충돌과 긴장을 축적해 온 관계이다. ‘밀가루’라는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같음’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쉽게 구축되고, 또 원산지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비상 조각: 설명서>
<냉장고는 조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참여자 세 명은 자신에게 특별히 소중한 음식과 요리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각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밀랍으로 봉인한다. 이 오브제는 오랜 시간 저장 가능한 조각이 되어 각자의 냉장고 속으로 되돌아간다. 냉장고는 생존과 소비를 위해 작동하는 장치지만, 이 조각은 그 안에서 먹히지도, 부패하지도 않은 채 미각 이전의 상태로 머문다. 이 작업은 음식에 대한 개인의 기억과 정서가 타인의 손을 거쳐 물질로 변환되고, 새로이 형성된 형태가 다시 삶의 내부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