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요즘미술 기획특강

사변적 예술의 (불)가능성: 비인간적 언어와 허무

강의내용

가속주의라는 이름은 하나의 입장을 가리키지 않는다. 닉 랜드 이후의 우파 가속주의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효율적 가속주의(e/acc)가 자본주의의 자기 증식에 속도와 주권을 통째로 넘겨준다면, 윌리엄스와 서르니체크의 「가속주의 정치를 위한 선언」(2013)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기술적 플랫폼을 빼앗아 다른 목적에 쓰자는 계획적 가속을 내세웠다. 이후 네가레스타니와 브라시에로 대표되는 신합리주의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이들에게 가속은 이성이 규범에 따라 조종(navigation)해야 하는 과정인데, 그렇다면 메이야수 이후 미술계가 열광적으로 받아들인 ‘사변’은 이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가?

오늘날 언어는 더 이상 인간이 쥐고 쓰는 도구로 머물러 있지 않다. 빈센트 가턴은 「비인간적 언어」(2023)에서 자유주의를 상징이 지배하는 언어의 체제로 읽으면서, 거대언어모델이 자기 출력물을 다시 학습하다 무너지는 장면에서 그 체제의 귀결을 발견한다. 지시 대상 없이 스스로를 참조하는 언어인 셈이다. 에이미 아일랜드의 「포에메메논」(2017)은 “시는 표현이 아니라 침입”이라는 랜드의 문장을 이어받아, 내용보다 형식에 몰두하는 시적 실천을 인간 바깥의 지성이 흘러드는 통로로 읽는다. 언어가 의미의 근거를 인간에게서 거두어 가버린다면 거기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브라시에가 『니힐 언바운드』에서 허무주의를 극복해야 할 곤경이 아닌, 사유가 끝까지 밀고 가야 할 귀결로 다룬 것도 같은 물음 때문이었다.

동시대 미술계는 이 비인간적 언어가 가장 노골적으로 작동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2013년 e-flux 심포지엄 〈탈출 속도〉에서 네가레스타니는 미술계를 입과 항문이 이어진 폐쇄적 섭식 회로, 즉 ‘인간 지네’에 비유했는데, 그는 이 글을 위해 전시를 직접 보는 대신 보도자료만을 읽었다고 밝힌다. 보도자료야말로 전시의 실제 전제를 정의하는 알리바이라는 판단에서다. 같은 작품이 오늘은 객체지향 철학 전시에, 내일은 금융을 다룬 전시에 걸려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세계에서, 작가와 관객, 비평과 이론은 담론을 다음 칸으로 넘겨주는 노드로 기능할 따름이다. 가턴과 아일랜드가 말한 비인간적 언어는 미술계 안에서 바로 이런 공회전의 모습으로 출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브라시에가 철학에서 비정합적인 것을 걷어내려 했던 소거주의의 태도를 미술에 적용하면, 네가레스타니의 비판은 미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따지는 작업으로 읽힌다. 그에 따르면 물질에 적실하게 개입하려면 먼저 물질이 이해 가능해야 하는데, 이해 가능성은 서로 불연속적인 설명적 층위들을 통과해야만 얻어진다. 그러나 예술은 자신의 개념적·금융적 전제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만 다른 분과의 모델을 빌려 올 수 있기에, 미술이 다루는 물질은 기술적으로 빈곤하고 처방적으로 지체된 ‘재료(stuff)’에 머물고 만다. 그렇다면 미술은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미술임을 포기해야 하는가? 미술의 정의와 역할, 수행성을 다시 세울 여지는 과연 남아 있는가?

강사소개

윤태균(공간 ‘팩션’ 공동대표)

일시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오후 2시~4시)

장소

요즘미술 2층 강의실(서울시 종로구 혜화로 9길, 7) 지도보기 

온라인 ZOOM(링크는 강의 당일 오전에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대상

작가, 대학생, 예술을 공부하는 일반인

정원

현장강의는 선착순 20명

수강료

15,000원

수강료 보내실 곳

신한은행  140-014-444100 요즘미술(박용석)

※ 반드시 신청자명(가명 가능)과 동일한 이름으로 입금 바랍니다. 입금 확인 후 등록완료를 문자로 알려드립니다.

문의: 요즘미술 02-6958-5753(오후 1시~오후 7시)

주차공간이 협소하므로 차량을 이용하시는 관객께서는 도보 5분 거리의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주차장(종로구 혜화동 1-21, 10분당 800원) 또는 와룡공영주차장(서울 종로구 명륜길 26, 5분 300원) 이용을 부탁드립니다.